천 개의 블록 만 개의 손끝 - 2022년 10월 5일의 기록

                                                                                                                                      **구지원 작가**

첫 만남, 아이들은 친구들의 이름이 궁금합니다. “종이 위에 이름의 첫 글자와 마지막 글자를 써주면, 가운데 글자는 우리가 맞혀볼게.” 고무고무 말에 이름 알아맞히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김O서는 현서, 연서, 진서가 되었다가 진짜이름 ‘민서’를 찾았습니다. 안O혁은 우혁, 준혁, 민혁이 되었다가 진짜이름 ‘찬혁’을 찾았습니다. 키O라는 키아라, 키워라, 키커라가 되었다가 ‘키에라’를 찾았습니다. 이름을 알아가며 아이들은 금방 친해집니다. 서아가 스티커에 이름을 적어 친구들에게 붙여줍니다.

서준이가 걷다가 바닥에 있는 긴볼트를 건드렸습니다. 긴볼트가 데굴데굴 굴러갑니다. 고무고무가 말합니다. “우리 긴볼트 멀리 굴리기 하자. 종이테이프가 필요한데, 함께 찾아볼까?” 아이들이 종이테이프를 찾으러 갑니다. 서현이가 보라색 종이테이프를 가져옵니다. 고무고무는 종이테이프로 출발지점을 만듭니다. 서준이가 긴볼트를 들고 처음으로 굴립니다. 긴볼트가 멈춘 자리에 종이테이프를 붙이고 그 위에 이름을 적습니다. 서아가 굴립니다. 아주 멀리까지 굴러갔습니다. 찬혁이와 현우는 서아보다 더 멀리 굴리고 싶었지만 긴볼트는 얼마 못가 멈춥니다. 서현이 이름은 서준이 이름 옆에 나란히 붙었습니다. 긴볼트가 놀잇감이 되었습니다. 다음 시간에 아이들과 긴볼트 이름을 지어줘야겠습니다. 서준이는 유성매직으로 한 번 더 하자고 하지만 아이들은 새로운 걸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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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자리에 앉습니다. 방석 위에 노트가 있습니다. 노트 표지에 이름을 쓰고 노트를 꾸밉니다. 노트를 펼쳐 세 가지 도형을 그립니다. 그 사이 고무고무가 쌀자루를 가지고 옵니다. “자루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요?” 아이들 앞에 자루를 거꾸로 놓습니다. “모두 힘을 합쳐 자루를 들어 올려볼까요?” 아이들이 동그랗게 서서 자루를 잡습니다. “하나, 둘, 셋.” 나무블록 천 개가 자루에서 와르르 쏟아집니다. 아이들은 나무블록으로 노트에 그린 도형을 만듭니다. 서준이는 동그란 달을 만들고, 현우는 세모를 만들고 찬혁이는 별모양을 만듭니다. 평면을 입체로 변신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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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게 도형을 만들던 아이들이 나무블록을 쌓기 시작합니다. 서현이는 가로로 쌓으며 커다란 물결을 만듭니다. 민서는 세로로 성을 쌓습니다. 가로보다 더 위태롭지만 더 빨리 올라갑니다. 삼각형모양 성이 높아질수록 아슬아슬합니다. 나무블록을 놓을 때마다 민서의 손끝은 더 섬세해집니다.

찬혁이는 첨성대모양 성을 쌓습니다. 중간에 하나를 빼면 와르르 무너질 수 있습니다. 나무하나하나가 모두 제 역할을 합니다. 8살 맏형인 서준이는 7살 동생들에게 내진설계가 중요하다고 말해줍니다. 서현이의 물결이 큰 성벽이 되었습니다. 민서와 찬혁이와 서아가 세우는 성들은 점점 높아집니다. “길을 만들어 모두 이어보자.”라는 말에 현우가 길을 만듭니다. 현우는 자기 발이 들어가는 너비로 길을 냈습니다. 현우가 두 발로 몇 걸음 걸으니 나무블록 성들과 성벽은 걸리버여행기에 나오는 소인국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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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는 무너뜨리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조금 쌓다가 무너뜨리고 조금 쌓다가 허물어버립니다. 무너질 때 나는 소리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무너져도 괜찮습니다. 또 금방 쌓을 수 있다는 것을 서준이는 알아갑니다. 천 개의 블록을 모두 쌓은 후 한꺼번에 쓰러트리자는 말에 아이들이 서로 서로 더 높게 쌓습니다. 무너뜨릴 생각에 신이 납니다. 무너지는 것이 두렵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쌓는 순간을 즐길 줄 압니다. 모두 또 쌓으면 된다는 것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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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앞에 4등분으로 자른 대나무가 쏟아졌습니다. 현우는 이것으로 성과 성 사이에 작은 협문을 만듭니다. 또 다른 쌀자루에서 2등분으로 자른 긴 대나무가 쏟아집니다. 고무고무와 아이들은 돗자리와 밧줄과 2등분한 대나무를 들고 밖으로 나갑니다. 돗자리에 눕습니다.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떠가는 구름도 봅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오래 누워 있지 않습니다. 밧줄을 봤거든요.

아이들이 줄지어 밧줄을 잡습니다. 줄당기기를 하자고 합니다. 한쪽에 고무고무가 서고, 반대쪽에 서준이, 현우, 찬혁이, 서현이, 서아, 민아가 섰습니다. 아이들 쪽 힘이 더 셉니다. 고무고무가 끌려갑니다. “로한아 도와줘.” 고무고무 말에 2등분한 대나무에 발을 하나씩 넣고 혼자 스케이트를 타던 로한이가 달려갑니다. 고무고무에게 힘을 보탭니다. 서현이도 고무고무를 도와주러 갑니다. 고무고무 쪽 힘이 더 세졌습니다.

이번에는 7살 민서와 서아가 한 팀이 되고, 8살 서준이와 6살 서현이가 한 팀이 되어 줄당기기를 합니다. 민서와 서아팀으로 힘이 기울었습니다. 서준이와 서현이가 줄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아이들은 알아서 힘을 분배하고 편을 정해 줄당기기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