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눈 만 개의 세상 - 2022년 10월 12일의 기록
**구지원 작가**
촉감놀이를 합니다. 현우가 안대를 쓰고 상자에 손을 넣습니다. 상자 속 물건을 만지고 촉감과 모양을 이야기합니다. “동글동글해.” 동글동글하다는 말만 듣고 아이들은 상자 속 물건을 상상합니다. “축구공”, “야구공”, “오렌지”, “수박”. 현우가 다시 말합니다. “말랑말랑해” 동그랗고 말랑말랑한 물건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현우는 만지면서 어떤 물건인지 알아챘습니다. 친구들은 잘 생각이 안 나고 현우는 빨리 말해주고 싶습니다. “털실이야.” 상자에서 털실이 나왔습니다.

다음은 서준이 차례입니다. 주머니 속에서 물건하나가 상자로 옮겨졌습니다. 아이들은 상자 속 물건보다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물건이 더 궁금합니다. 주머니에서 물건을 다 꺼냅니다. 동글동글, 꺼칠꺼칠, 말랑말랑, 찐득찐득, 부들부들, 길쭉길쭉한 물건들이 쏟아집니다. 감촉으로 물건 알아맞히기는 금방 끝이 납니다. 아이들의 궁금함은 쉽게 해결되었습니다.
아이들 손은 무엇이든 만듭니다. 현우가 종이를 보더니 비행기를 접습니다. “나도 가르쳐 줘.” 서준이 말에 현우는 비행기 접는 법을 천천히 알려줍니다. 서준이는 비행기를 날립니다. 현우는 두꺼운 종이를 꾹꾹 눌러가며 제트기도 완성합니다. 찬혁이가 색종이를 찾아왔습니다. 현우가 할로윈바구니 만드는 법을 말해줍니다. 찬혁이와 서준이와 리옹이 현우를 따라합니다. “반으로 한 번 접어요”, “가운데 선을 기준으로 세모접기를 해요”, “반대도 똑같이”, “뒤집어서 위쪽에 남아있는 부분 아래로 접어요” 접는 방법이 갈수록 복잡해지지만 현우는 어렵지 않게 설명합니다. 자기 것을 접으면서 친구들이 잘 따라올 때까지 기다려줍니다. “이렇게 복잡한 순서를 어떻게 다 기억해? 대단하다.” “난 공룡도 접을 수 있는데.” 8살 서준이가 7살 현우에게 말합니다. “현우야, 너는 이제부터 나를 형이라 안 불러도 돼. 그냥 이름 불러.”

서아와 민서는 상자로 만들어진 소파를 보고 오늘도 호텔을 만듭니다. “푹신푹신 호텔”입니다. 들어가는 문이 보이지 않습니다. 서아와 민서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서준이는 푹신푹신 호텔의 소파에 앉아 보고 싶습니다. “7살만 들어갈 수 있어.” 6살 서현이도 푹신푹신 호텔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서아는 망설이다 동생이니까 들어갈 수 있게 해 줍니다. “대신 한 사람이 나갈 때까지 기다려야 해.”라고 말합니다. 서아는 “화장실 갔다 올게”하며 자리를 비켜줍니다.

“수수께끼를 맞히면 들어가게 해줘.” 이 말에 스무고개가 시작되었습니다. “이곳은 사람이 많이 드나드는 곳입니다.” “마트”, “운동장”, “퓨처랩”, “공원”, “아파트” 아이들 생각 속에 있는 장소들이 마구마구 쏟아집니다. 다음 고개로 넘어가야 하는데, 찬혁이가 넌센스 퀴즈를 냅니다. 알아맞히는 사람이 없습니다. 민서가 ‘ㄷㄷㄹ’로 초성놀이 하자고 합니다. “도다리”, “도도리”, “도도라” “뒷다리”. 모두 틀렸습니다. 힌트를 달라는 말에 민서는 답을 말해줍니다. “돌다리” 결국 푹신푹신 호텔에는 아무도 못 들어갔습니다.
푹신푹신 호텔 옆에 병원이 생겼습니다. 로한이와 서현이는 계단에 앉아 병원놀이를 합니다. 아픈 인형들이 로한이와 서현이를 찾아옵니다. 흰 고래 인형은 어디가 아파서 왔을까요?“콜록콜록” 서현이가 인형대신 로한이에게 말을 해 줍니다. 로한이는 흰 고래에게 주사를 놓습니다. 손으로 흰 고래의 머리를 쓰담쓰담해 줍니다. 흰 고래 인형의 병이 다 나았습니다. 병원은 금방 소문이 났습니다. 토끼인형, 거북이인형, 몬스터 인형이 차례차례 줄을 섭니다.


밖으로 나가자는 말에 푹신푹신호텔이 이사를 합니다. 서준이가 무거운 것을 다 들어줍니다. 벽이었던 스티로폼이 흔들침대로 변신합니다. 철사로 스티로폼을 연결하여 단단한 벽을 만들어 줍니다. “종이접기는 잘 못하지만 이런 건 내가 잘해.” 서준이는 상자 두 개를 가지고 오더니 여자화장실과 남자화장실까지 만듭니다. 민서와 서아는 방을 꾸밉니다. 이사를 도와 준 서준이는 흔들침대에 누워 하늘을 봅니다. 나무 위에 새 둥지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