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지원 작가

고무고무의 절기 이야기는 참 재미있습니다. “곡우는 OO이야.”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수수께끼를 내어 아이들이 곡우의 세계로 빠져들게 합니다. 곡우에 많이 잡히는 ‘조기’를 알아맞히기 위해, 아이들은 바다 속에 있는 모든 물고기를 다 등장시킵니다. 곡우 때 마시는 수액이야기를 할 때, 아이들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상상합니다. 아이들은 재미있는 이야기와 엉뚱한 말로 절기를 익힙니다. 글자하나하나의 뜻과 모양을 자세히 알아갑니다. 온 몸으로 봄 태양의 움직임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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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봄 절기의 마지막 시간입니다. 특별한 예술가 나나가 왔습니다. 나나는 큰 종이를 펼칩니다. 물로 나무 그림을 그립니다.

🐇“아무것도 안 보여요.”

나나는 뿌리에 검은 물감을 떨어트립니다. 검은 물감이 물을 타고 올라갑니다. 곡우에 나무들이 왕성하게 물을 빨아들이는 모양이 펼쳐집니다. 나무의 모습이 드러납니다. 뿌리에서 나무밑둥으로, 나무밑둥에서 가지로 검은 물감이 번져나갑니다. 아이들의 눈은 나나의 동작과 그림을 따라갑니다.

😎“나뭇잎은 무슨 색으로 할까?”

🐇“연두색이요. 파란색이요. 하얀색이요. 주황색이요. 똥색이요.”

아이들은 저마다 원하는 나뭇잎 색을 말합니다. 물감을 떨어트려 잎을 그린 후, 나나는 하얀 휴지로 꽃을 만듭니다. 꽃에 물감을 톡톡톡 찍습니다.

😎“어디에 꽃이 피면 좋을까?”

아이들이 말하는 곳마다 파란꽃, 초록꽃, 노란꽃, 빨간꽃이 피어납니다.

이번에는 아이들 차례입니다. 아이들이 송곳으로 물병뚜껑에 구멍을 냅니다. 물병으로 그림을 그리고 색을 뿌립니다. 물감이 번져 나갑니다. 물바다를 만드는 아이가 있고, 검은 암석, 검은 김을 만드는 아이가 있고, 파랑, 빨강, 노랑으로 섬세하게 나무를 그리는 아이도 있습니다. 물을 신나게 빨아먹는 이 계절이 나무는 신이 나 보입니다. 물감이 퍼져나고 번져나가는 것을 보고 소리 내어 웃는 아이들처럼요.

Untitled

아이들은 그림이 잘 마르도록 밖에 전시 한 후, 물병에 남은 물을 들고 밖으로 나갑니다. 물로 마른 바닥에 그림을 그립니다. 물웅덩이를 만들며 놉니다. 목마른 나무를 찾아 물을 줍니다. 물이 더 필요하다는 말에 고무고무와 나나가 물을 길어다 줍니다. 구석에 핀 나무, 햇빛을 잘 받지 못한 나무에게도 아이들의 마음이 골고루 뿌려집니다. 아이들이 민들레 홀씨를 날립니다. 모두 함께 하늘을 향해 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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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글글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