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빈 작가

하지는 일 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긴 절기입니다. 여름의 한 가운데를 뜻하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하지를 기점으로 더위가 시작된다고들 합니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기 전, 준비 운동이라도 하려는 것인지 비가 조금 내렸습니다. 흐린 날씨와 달리 아이들은 여전히 밝은 얼굴로 퓨처랩에 들어섭니다. 곧이어 준비물 뽐내기 대회가 펼쳐집니다. 감자전 토핑과 여벌 옷, 오늘은 준비물이 두 가지라 이야기할 거리가 많습니다. 다들 긴 낮을 즐길 준비를 제대로 해 온 것 같습니다.

🐇 “저는 치즈 가져왔어요.”

🐇 “저 오늘은 진짜 수영복 가져왔어요.”

풀벌레 집 만들기

아이들이 노트를 들고 정원으로 달려갑니다. 비가 온 후라, 나무에는 반짝반짝 물방울이 맺혀있습니다. 정원을 둘러보던 해이와 여름이가 작은 풀벌레를 발견했습니다. 벌레를 손에 올려도 보고 노트에 올려서 유심히 관찰하기도 합니다.

🐇 “노트로 길을 만들어주자, 그 길을 따라서 지나가는지 한번 보자.”

노트를 펼쳐 길을 만들었습니다. 벌레가 노트 위를 살금살금 지나다닙니다. 옆에서 그림을 그리던 연수도 호기심이 생깁니다.

🐇 “귀여워! 손에 올려보고 싶다.” (연수)

해이는 벌레의 집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종이컵 윗부분을 잘라 벌레가 오르내리기 쉽게 만들었습니다. 여름이는 인테리어 담당입니다. 컵 안에 풀과 이끼, 자갈을 넣어 벌레가 놀 수 있는 공간을 완성합니다. 아이들은 완성된 집에 벌레를 올린 후, 정원에 내려둡니다. 풀벌레는 제집을 찾아가고, 아이들도 퓨처랩으로 돌아갑니다.

혼자만의 관찰 시간

😎 스웨덴에서는 이맘때쯤 하지 축제를 해. 왜냐하면, 북반구에는 밤에도 해가 지지 않는 ‘백야’ 현상이 있거든. 그런데 하지가 지나면 본격적으로 밤과 낮의 구분이 생겨. 그래서 그때가 되면 하늘을 향해서 제사를 지내기도 하고 불을 피워서 소원을 빌기도 해. 우리도 하지를 맞아 불 대신 향으로 소원을 빌어보자.”

고무고무가 가방에서 향을 꺼내자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입니다. 얇고 긴 향을 건네주자, 하나씩 조심스레 받아들기 시작합니다. 반대편 손에는 고무고무가 직접 만든 나무 향꽂이가 들려있습니다.

😎 “이건 쑥으로 만든 향이야. 하나씩 받아서 향꽂이에 꽂으면 고무고무가 불을 피워줄게. 그럼 자기만의 장소에 가서, 향이 다 탈 때까지 연기가 퍼져나가는 모습을 관찰하고 이걸 노트에 그리기야.”

불을 붙이자, 향은 빨갛게 타들어 가며 흰 연기를 내뿜습니다. 아이들의 눈이 호기심으로 빛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