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는 가끔씩 스마트폰으로 다소 긴 대화를 나누는 친구가 있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여느 때처럼 소소한 일상에 있었던 일들을 나누었고, 자연스럽게 대화 주제는 딸을 키우는 엄마인 친구의 육아로 옮겨졌습니다. 여섯 살인 H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말을 시작해서 잘 때 비로소 입을 다물기 때문에 조금 힘들다는 친구의 고민을 들었습니다. 엄마가 아닌 저에게는 매우 신선한 고민이었습니다. 아기가 하루종일 옆에서 종알종알 말하면 너무 귀여울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동시에 도대체 무슨 말을 그리 하는 걸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이로부터 오늘의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1.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지만…

언제부터인가 상황에 맞지 않거나 물어보지 않는 것까지 말하는 사람에게 TMI(Too Much Information)라는 말을 쓰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안물안궁(안 물어봤고 안 궁금하다)이라는 줄임말도 생겼습니다. 모두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나온 말들입니다. 그렇다면 TMI하는 사람의 입장은 어떨까요? 정말 내키지는 않지만 제가 그 입장이 한번 되어보겠습니다.

요즘 저는 사고 싶은 것이 하나 있는데 어떤 모델을 사야 할지 너무 고민이 됩니다. 좋은 재질로 된 것은 너무 비싸고 싼 것을 사자니 나중에 후회할 거 같습니다. 이것을 TMI버전으로 말해보겠습니다. 저는 가끔 야외 녹음을 하러 나갑니다. 녹음기를 가방에 넣고 가방 안에 있는 녹음기에 마이크 케이블 연결하여 손에는 마이크를 들고 녹음합니다. 장시간 녹음을 하면 팔이 아파서 영상 촬영하는 분들처럼 고정식으로 스탠드에 마이크를 설치해두는 방법도 쓰고 싶어서 구입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스탠드의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길이의 조절이 가능하여 무게는 1kg대여야 합니다.

어떠신지요? 피곤하신가요?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말의 양이 많습니다. 만약 저에게 시간이 더 주어진다면 30분 정도는 막힘없이 녹음기 스탠드에 대해서 더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어떤 주제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고, 이미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말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여 결국 TMI를 하게됩니다. 어쩌면 친구의 딸인 H가 엄마에게 들려주는 끊임없는 말들은 뜬금없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혼자 생각해서 축적된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나씩 꺼내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꼬리에 꼬리를 무는 끝없는 질문들

최근 어느 예능프로그램에서 유재석씨는 그의 딸 나은이의 질문에 답을 해야 하는 고충에 대하여 말한 적이 있습니다. 나은이는 TV를 보다 아빠에게 저 사람은 누구냐고 계속 물어보는데 아빠라고 해서 세상의 모든 사람을 아는 것이 아니므로 답을 계속하기가 참 어려울 것 같습니다. 친구의 딸 H도 단순한 질문부터 시작해서 답을 해줄 수 없는 질문까지 참 다양한 질문을 합니다.

어른인 우리는 어떨까요? 아쉽지만 나이가 들수록 나와 상관없어 보이는 주제에 대한 궁금한 마음이 줄어들기도 하고, 이미 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기도 합니다. 강연을 듣거나 교육을 받을 때 질문할 좋은 기회가 와도 이런 질문을 하면 짧은 나의 지식의 바닥이 드러날 거라는 어리석은 생각 때문에 못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겨울에는 왜 꽃이 시드는지, 요거트에 초콜릿을 넣으면 어떤 맛이 나는지, 강아지의 눈은 왜 보석 같은지 이러한 주옥같은 H의 질문에 여러분은 어떠한 답을 할 수 있을까요? 어떠한 답을 해도 또다른 질문은 계속 될 것입니다. 얼마 전에 제가 지금처럼 발표를 하는 기회가 있었는데 사회를 보시는 분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제 질문을 받을텐데 지금 발표하신 분이 다룬 주제와 관계가 없어도 되니 맘껏 질문해 주세요. 참 신선했습니다. 따라 하는 거 같지만 질문 받는 시간에 여러분의 하고 싶은 말, 관계없는 질문들을 꼭 해주세요.

3. TMI와 Q&A가 활발히 일어나는 공간

앞서 말한 TMI는 물어본 사람이 없는데 답하고 싶은 마음과 관련이 있고, 이와는 반대로 질문하는 사람은 궁금한 마음과 관련이 있습니다. 길게 답해주고 싶은 사람과 많이 물어보고 싶은 사람이 만나는 공간이 어디인지 아시나요? 바로 언젠가부터 우리가 현실 세계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온라인 공간입니다. TMI와 Q&A가 무한히 허용되는 공간이고,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현실 세계의 자신보다는 더 자유롭게 쓸데없는 이야기까지 덧붙인 질문과 답이 오고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질문을 아주 적극적으로 할 때가 있습니다. 바로 작업을 할 때입니다. 그 작업의 중요한 과정에서 나오는 기술적인 문제를 저와 같은 질문을 한 사람들을 찾으면서 하나씩 해결합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질문을 잘 만들어 검색해야 빠르게 찾을 수 있습니다. 저는 아마도 구글링이라는 정보나 답을 구하는 방식과 끊임없이 글을 올리는 사람들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작업을 단 한 개도 완성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저는 오프라인 공간도 온라인 공간처럼 자유로운 생각이 오고가는 편안한 분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아무말 대잔치도 허용하는 대혼란의 커뮤이케이션의 긍정적인 측면을 지지합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보니, 몇 년 전에는 예술교육 프로그램 현장을 모니터링하는 전문가로부터 프로그램 진행 중간에 너무 많이 아이들과 쓸데없는 이야기를 나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요즘 사람들이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에  많은 관심이 있는데, 저는 이것을 TMI와 Q&A를 실시간으로 받아주는 친절한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이야기를 마무리 지으며 2016년 지금과 같은 멋진 공간이 아닌 텅 빈 공간이었던 퓨처랩에서 아이들을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해봅니다. 특히 그때 만났던 중학생이 대학생이 되어 오늘 발표를 하게 되어 더욱 감회가 새롭습니다. 수차례의 프로젝트를 만들면서 실패한 적도 있었고 의외인 지점에서 아이들이 재미있어하는 것을 보고 놀란 적도 있었습니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어린이, 청소년들은 프로젝트 안에서 자신의 생각과 이야기, 취향, 관심분야 등을 발견하고, 결국 이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가지는데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완성하는 과정에서 참여자들의 TMI와 Q&A가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는 참여자 위주의 프로젝트를 계속 만들고 싶습니다. 나아가 오프라인 퓨처랩을 온라인으로 확장하여 서로 주고 받은 TMI와 Q&A가 기록되고, 더 많은 어린이, 청소년들의 생각들을 함께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